모기향과 뱀이 무서운 까닭은…
시사INLive | 오윤현 기자 | 입력 2010.07.31 11:40
휴가지에서 여행자들은 많은 것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우리가 얼핏 설핏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하고 미묘한 과학과 원리가 숨어 있다. 한여름을 더 건강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줄 '여름철 과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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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향은 탈 때, 타고 났을 때 조심해야 한다. |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살충제 안전 수칙'을 발표했다. 특히 성인에 비해 살충제 저항력이 약한 유아(부모)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어떤 성분이 유해하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심각하게 유해한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모기향의 주성분은 제충국(피레스룸·Pyrethrum)이라는 국화 계열 식물 가루이다. 이 합성 물질은 모기의 세포 내 소디움(나트륨)의 이동 통로를 차단해 모기의 신경을 마비시킨다. 이 효과는 코일형 모기향뿐만 아니라, 액체형·전자매트 모기향도 동일하게 발휘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인체는 어떻게 모기향에 안전한 거지? 뜻밖에도 간 효소 덕이다. 이 효소가 피레스룸을 대사해서 체외로 배출해주는 덕에 인체는 멀쩡한 것이다. 그렇다고 100%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모기향이 탈 때 발생하는 폼알데하이드는 발암·환경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양도 어찌나 많은지, 무려 담배 51개비를 태울 때 발생하는 양과 비슷하다. 타고 남은 재에 섞인 미세먼지도 엄청나서 담배 75~137개를 태울 때 발생하는 양과 비슷하다(미세먼지는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이라 알려져 있다).
도움말·전상일 박사(한국환경연구소장), 김종엽(이비인후과 전문의·블로거 필명 깜신: jinmed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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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파란 하늘(맨 위)과 저녁 무렵의 붉은 노을(위)은 모두 빛의 산란 덕에 볼 수 있다. |
휴가지를 향해 달려가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 파랗다. 왜 그럴까? 왜 태양은 노란빛을 띠는데 하늘은 파랗지? 레일리 산란(물질의 미립자에 빛이 닿았을 때 산란이 일어나는 현상) 때문이다. 지구에서 1억5000만km 떨어진 태양에서 발산한 광선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광선이 지구 대기 상층부의 산소·질소 원자 등에 부딪혀 산란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제일 높은 푸른빛이 가장 많이 산란된다(반면, 에너지가 가장 낮은 빨간빛은 가장 적게 산란된다). 이는 태양 광선이 대기층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파란빛이 가장 많이 떨어져나감을 뜻한다. 빨간빛의 무려 10여 배. 결국 산란한 파란빛이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는 셈이다.
한여름 밤을 멋지게 열어주는 붉은 노을은 또 어떤가. 한낮에 태양 빛은 노랗다. 해가 우리 머리 위에 있을 때는 대기가 수km뿐이어서 산란이 덜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몰 때에는 다르다. 지평선의 태양 광선은 미끄러지듯 옆으로 대기를 통과해 꽤 오랜 기간 이동한다. 그 사이 빛이 더 많이 산란되어 우리 눈에는 광선이 빨간빛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붉은 광선만 있다고 멋진 일몰 광경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다. 붉은빛을 반사할 구름이 있을 때 비로소 금상첨화가 된다. 부디, 아름다운 낙조를 기다리는 여행자에게 행운이 있기를….
참고 자료· < 하늘의 과학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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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위) 선탠이 과하면 피부암이나 기미·주근깨·검버섯 등이 생긴다. |
이번 여름에 태양으로부터 살갗을 가릴 참인가, 태울 참인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자외선에 대해 알아보자. 자외선은 파장이 짧을수록 심각하고 장기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파장이 가장 짧은 자외선은 UVC. 과학 실험실에서는 소독을 위해서 UVC를 이용한 램프를 쓴다. 이 자외선은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 등의 외피를 뚫고 들어가 미생물의 DNA를 대량 파괴한다. 그것보다 더 적은 양의 자외선 조사는 DNA를 파괴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대상이 표피 세포라면? 당연히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구 대기가 태양이 방출하는 UVC를 거의 모두 차단해준다는 것이다.
UVB는 중간 파장을 지닌 자외선이다. 이 때문에 95%는 성층권의 오존층에서 사라지고, 나머지만이 지구로 날아든다. 특히 한낮에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있을 때 적극 쏟아져내린다(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지구 표면에서 굴절되어 더 많이 소실된다). 이 자외선은 바닷가와 산, 구름 양 같은 조건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진다. 그러나 아무리 적더라도 자주·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쉬이 노화하고, 기미·주근깨·검버섯 등이 더 또렷이 피어난다.
UVA는 자외선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길다. 그 바람에 피부에 가장 깊숙이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콜라겐 섬유소와 결합 조직에 손상을 입혀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때로는 DNA까지 손상시켜 피부암이나 백내장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부암 발생이 해마다 5~10%씩 증가한다고 보고한다. 그만큼 강한 UVA에 노출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리라. 다행히 요즘 나오는 선크림들이 유해한 자외선을 거의 차단해준다. 그렇더라도 태양이 직사하는 바닷가나 들에서는 앉으나 서나 자외선 조심하시기를!
참고 자료· < 뜨거운 공기 이야기 > <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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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백승기 우리 몸에는 약 200만 개 땀구멍이 산재해 있다. |
폭염. 난로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기진맥진하다가도 땀 한번 쫙 빼고 냉수 한 컵 들이켜면 다시 기운이 난다. 대뇌 덕이다. 이 기관이 피부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피부에 산재한 200만 개 구멍에 신호를 보내 땀 배출을 명령하는 것이다(그러나 땀샘이 없는 음경 끝과 음핵, 소음순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땀구멍이 9초에 한 번씩 차오르고, 땀이 1cc 증발하면서 열을 0.58㎉ 내려준다는 점이다. 한여름에 시원하려면 땀을 자주 흘리고 볼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략 1.67㎡의 피부 면적(커다란 식탁 정도의 크기)을 갖고 있다. 그리고 6.5㎠당 77개 땀샘 구멍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땀샘 분포인데 성인들은 팔꿈치보다 손바닥에 더 많이 땀샘을 갖고 있다. 또 땀의 절반은 가슴과 등에서 나오고, 4분의 1은 발과 다리에서, 나머지는 머리와 팔 그리고 손에서 배출한다(반면, 유아는 땀샘이 전신에 골고루 있어서 땀도 온몸에서 솟는다).
얼핏 땀은 수분으로만 되어 있는 듯하지만 수많은 특수 첨가물 덩어리이다. 염분과 금속성 칼륨 원소, 젖당 그리고 브래디키닌(생체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성 물질로 모세혈관을 확장해서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이 뒤섞여 있는 것. 이 물질들은 냄새가 거의 없지만, 겨드랑이와 음부 그리고 두피의 부가적인 분비샘(귀에도 제3의 땀샘이 있는데, 귀지를 만드는 일을 한다)에서 나오는 흰색 물질(암모니아 냄새를 풍긴다)과 뒤섞이면 투명성이 흐려진다.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냄새를 역겹게 풍긴다. 그렇더라도 휴가지에서는 낙담할 필요가 없다. 시원한 강이나 바다에 뛰어들면 이내 땀도 냄새도 씻겨서 사라지니까 말이다.
참고 자료· < theBody Boo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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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사(맨 위)는 맹독성 뱀이다. 말벌만큼은 아니지만 쌍살벌(위)도 위험하다. |
숲에서 보면 뱀이나 벌이나 다 무섭다. 큰길에서 뱀을 보거나 집안에서 말벌을 봐도 화들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무시무시한 외모 탓도 있지만, 독성 때문이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독을 갖고 있는 뱀은 살모사·까치살모사·쇠살모사·유혈목이 4종이다. 이들 뱀은 적혈구나 혈관을 파괴하는 혈액독(헤마톡신·사이톨로신)과 사람의 근육을 마비시키고 파괴하는 신경독(뉴로톡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뱀들은 대부분 혈액독만 갖고 있다.
'독사'들은 이들 독을 침샘처럼 작동하는 독샘에서 만들어낸 뒤, 적을 한 번 물 때마다 전체 양의 2분의 1 정도(1~2㎖)를 '주입'한다. 전 세계에서 그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연간 약 30만명, 그중 3만5000~4만5000명이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뱀에 물리는데 그중 4.9%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벌독도 위험천만하다. 특히 꿀벌·말벌·호박벌·흰머리말벌·쌍살벌이 요주의 막시류(膜翅類)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독은 아민·펩타이드와 단백질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히스타민 같은 아민류 물질은 혈관 부종과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켜 통증과 국소 부종을 유발한다. 반면 펩타이드 물질들은 신경 독성 작용 등을 통해 용혈 현상(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일으켜 환자를 극한으로 몰고 간다. 대부분의 벌은 미늘이 여러 개 달린 침으로 독을 배출한 뒤 침과 몸체를 분리한다. 그러나 말벌 일부는 다르다. 침에 미늘이 없어서 여러 차례 자상을 입힌다. 7~9월에 말벌에 의한 사망자가 많은 까닭이다.
도움말·식품의약품안전청 독성연구과.
호오, 삼림욕
요즘 양평 국립 산음자연휴양림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치유의 숲'에서 피톤치드·음이온·경치·산소·소리 같은 다양한 삼림 체험을 통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해주는 것이다.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숙박 예약이 여의치 않아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
사실 삼림욕은 굳이 깊은 산속 휴양림에 가지 않더라도, 몇 가지 과학적 원칙만 알면 혼자서 혹은 삼삼오오 가족끼리 모여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먼저 시간과 장소이다. 전문가들은 습도 높은 여름날 오전 10~11시, 장소는 산 정상보다 중턱, 삼림의 100m쯤 안쪽을 권한다(휴가지 주위를 둘러보라). 숲은 소나무·전나무·잣나무같이 침엽수가 우거진 곳을 적극 추천한다. 다른 나무들보다 탄소동화작용을 원활히 해서 산소와 피톤치드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만약 걷는 삼림욕을 한다면 어린이와 노인은 4km 안팎이 적당하고, 성인은 10km 안팎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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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백승기 여름철 삼림욕은 오전 10~11시, 침엽수림에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도움말·남효창 박사(숲연구소 대표).
오윤현 기자 /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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