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이야기/교회이야기

[스크랩] 지성에서 영성으로 ㅡ 이 어령

행복충전소 2009. 2. 21. 11:23

    지성에서 영성으로 ㅡ 이어령(1934 - ) 충남 아산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폄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네가 그 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민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긴 전화였다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그애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믿지 않던 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무슨 힘이 민아를 저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그애가 그 아픈 병에서 나을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어밖에는 없다

내가 하나님과 비록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것이라면 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바칠 수가 있다

그래서 무신론자의 기도 두 편을 썼다

 

       2007년 7월 온누리교회의 일본복음화를 위한 문화 선교집회 러브소나타 도쿄대회에서 세례를 받다

 

딸 장민아 ..미국에서 변호사(김한길과 이혼)  1992년 갑상샘암판정. 1996년 1999년 두차례 암이 재발

유치원에 들어간 작은 아들이 특수자폐아동으로 판명되자 변호사 사무실 문닫고 하와이로 건너가...

자신의 망막이 파열돼 시력까지 잃는다 그때 하와이에 아버지 이 어령선생님이 오셔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ㅡ하나님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서 빛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남은 삶은 주님의 자녀로 살겠나이다

눈이 안보여 설겆이를 못하는 딸을 한국으로 데려와 진찰을 받으니 망막이 다 나았다고

딸 장민아집사가 용산 온누리교회 새벽기도에서 신앙간증을 할때

아버지는 세례받기를 결심한다

ㅡ딸의 고통 앞에서 아버지가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딸이 오랫동안 믿어온 하나님은 기쁨을 주고 상처를 치유해줬다

   딸이 믿는 대상에 대해 지성이 아닌 경배의 대상으로 다가가고 그런 믿음을 딸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ㅡ

 

 

                 일흔 여섯 '세속의 끈' 놓기

                 아직도 신앙의 광야에서 방황

ㅡ세상을 홀로 맞서는 인문학자가 크리스천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례 이후의 날들을 소개해 달라

ㅡ 지난 1년간 광야의 시간을 보냈다

   신앙의 벌판에 서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매체와도 신앙에 대한 얘기는 피해왔다

   1년이 지나면 자신감이 생기려니 했는데 아직도 똑같은 상태다

   여전히 광야에 있고, 여전히 어려움 속에 있다

 

ㅡ광야란 무엇인가

ㅡ6살 적에 보리밭 길에서 굴렁쇠를 굴리며 혼자서 서럽게 울었던 적이 있다

   햇볕, 침묵,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 죽음 맢에서의 어린 생명, 그런 것들이 이유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최초의 종교체험이었던 것 같다

죽음이 있다는 것, 영원하지가 않다는 것, 종교에 대한 관심은 그때 시작되었지만 멈춰서서

   관찰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로부터 70년 동안 정신없이 뛰다가 딸의 투병이 계기가 돼

   기독교와 관계를 맺게 됐다 . 그러나 회심하고 세례를 받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지점을 신앙의 광야라 말하고 싶다

 

ㅡ그어려움은 내면적인 것인가, 아니면 외부적인 것인가

ㅡ두 개 모두이다. 외부적인 어려움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설명이 잘 안된다.

   그동안 욥기와 예레미야애가를 무수히 읽으며 그 통절함에 전율했고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총을 찬미하고 당신을 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성경의 깊이에 흠뻑

빠져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확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은 심한 영혼의

갈증 속에서도 내 행동이 전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번지 점프를 한다고 해야 할까 끈을 매지 않고 뛰어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ㅡ너무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하나님의 은총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ㅡ지금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과거에는 세속적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영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민의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은총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고통이 아주 값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조금 달라진 것은 있다

과거 내 책상의 사전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성서가 놓여 있다

얼마 전 출간한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에는 과거 무신론자 때 쓴 시 외에

10편 가량의 신앙시가 수록돼 있는데 그 시편들은 내 절실한 기도와 처절한 심정에서 나온 것

들이다 기독교로의 회심 이후 내가 뭔가 주님의 사역을 한 게 있다면 그 시편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ㅡ이쪽과 저쪽을 다 경험해 본 사람의 입장에서 세속의 문화는 결별하기에 너무 재미있지 않나

ㅡ나는 과거에도 세상의 문화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권력과 돈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데에 재미를 들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떤 성직자 못지 않게 금욕적이었던 것같다

그러나 세속적 쾌락이나 물질적 재미를 모르고 살면서도 종교적 생활로 가지 못했던 것은

문학이 주는 신성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천이 된 지금도 세상의 문화와 쉽게 결별하지 못하는 것은 재미 때문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의 얽혀있음, 그 인간적인 틀을 넘어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앙을 갖게 된 이후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글쓰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ㅡ그렇지 않다 시집 서문에도 썼지만 나는 시의 언어를 반물질이라고 파악한다

태초의 공간에 물질과 반물질이 있었는데 그 중 시의 언어는 반물질이라고 본다

그 반물질은 빛을 만나며 대폭발을 한다 빅뱅을 하는 나의 상상력은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는 교리 해석도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ㅡ성경의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라는 말씀을 '버리는' 것으로 해석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의미를 설명해 달라

ㅡ 세속적 갈구는 노동으로 얻어지지만 영적 갈구는 그런 긋으로 얻어질 수 없다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요'라는 말은 가진 것을 버릴 때 영적 목마름이 해결된다는 의미라고

본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은 영생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생이 아니라 물질적 빵을 구하고 있다

당연히 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물질의 빵을 구하기 위해 새카맣게 몰려들고 있다

예수님이 오늘에 오셔도 참으로 외로울 것이다

세속의 빵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구하는 것은 세속의 것을 버리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많은 글을 쓴 작가가 서양 종교로 회심했다고 욕을 먹은 적은 없는가

ㅡ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나는 배용준과 같은 스타였던 적이 있었다

내 글을 읽었던 그 팬들이 나를 배신자라고 욕을 하고 인터넷에 여러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그러나 반대로 나에게 달려와 인사하고 악수를 청하며 뱃 속에 잉태한 아이에게 축복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의 셈법은 항시 그렇다 이쪽이 있으면 저쪽이 있다

 

ㅡ지성과 감성과 영성은 어떤 지점에서 구분이 된다고 보나

ㅡ   예수님은 육체로 오셨다 그것이 바로 감성과 지성의 단계이다

그러나 십자가에 목박히고 부활의 세계를 연 것이 바로 영적 세계이다

예수께서는 감성 지성의 세계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돌파해서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셨다

영성의 세계로 들어갈 때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진다

지성과 감성은 영성의 바탕이다

지성과 감성의 단계를 넘어서면 영성의 새로운 몸을 얻게 된다고 본다

 

ㅡ기독교의 온순한 사랑의 언어가 세속의 폭력적 언어 앞에서 무기력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수를 부정하는 많은 언어들이 힘을 얻고 있지 않은가

ㅡ 사랑의 언어는 결국은 이기기 마련이다

증오의 언어를 가진 야곱이 처음에는 이기는 듯했지만 결국은 살려 달라고 천사에게 매달리지 않았는가 사랑의 언어가 증오의 언어와 싸우면 처음에는 사라으이 언어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결국은 이긴다 파워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언어에는 거듭나게 하는 힘이 있다

불효자는 늙은 아비를 팰 수 있지만 효자는 아비를 패지 못한다

아버지의 높은 권위와 사랑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하나님을 능멸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과 권능을 믿는 사람은 꼼짝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믿는 자에게만 사랑과 은총이 주어지는 것이다

 

ㅡ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고 또한 극복했기 때문에 영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시장통의 상처받고 힘 없는 낮은 사람들에게 영성이 그토록 필요한 것인가

ㅡ 영성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그들이 영성을 갈구한다면 가난한 자의 순수성 때문에 높은 영성을 얻을 수 잇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물질적 결핍 때문에 영성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물질적 결핍이 영적 갈구로 이어져야 한다

빈자의 제단이 빛나는 까닭은 영혼이 맑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 중에서 많은 성자들이 나왔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물질적 절박함 때문에 영생의 빵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고

물질적 타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질적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혁명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혁명은 물질적 증오만을 낳은 뿐이다

영혼의 구제없이 물질적 구제는 불가능하다

2008년 9월 5일 금요일 국민일보 .임순만 기자.

 

           한국, 종교 갈등 없이 잘 살아와

          서로에 관대 ... 한 마음으로 가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편향'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다종교적 배경 아래서 갈등 없이 잘 살아왔다."며

"그러나 종교 갈등이 시작되면 그것으로 한국사회는 비참해지고 해법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종교갈등은 피해가야 한다.

종교 갈등은 끝이 없는 전쟁이다. 종교갈등이 번지면 편하게 살던 사람들이 전쟁에 휩쓸리게

된다. 종교 분쟁은 죄악이다. 기독교도 불교도 타종교에 관대하고 너무 자기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이 전 장관은 "세상에 어떤 종교가 싸우라고 했느냐"며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현재의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서로 화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누가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따질수록 이전투구가 되니까 종교를 넘어서서 한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미래교회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과학과 결합한 사이비적 종교가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사회에서의 가치관 붕괴, 환경파괴로 인한 생명위협, 과학문명의 피로감, 등의 조건 때문에

종교와 과학이 결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이비성 종교들이 무수히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2008년 9월 5일 금요일 국민일보. 임순만 기자

 

출처 : 동해물과 백두산이
글쓴이 : 아침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