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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배틀 '타짱' , 자학 개그의 지존으로 올라서

행복충전소 2007. 1. 9. 18:58

개그 배틀 '타짱' , 자학 개그의 지존으로 올라서

'농민의 난' 이라는 퍼포먼스 펼치는 윤성호-이상구 콤비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KBS 스튜디오. 새 개그 프로그램 ‘웃음 충전소’의 녹화가 시작되면서 출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건 뭔가.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던 분장실의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뭔가 심상치않았다. 저마다 007 가방을 비롯해 수상쩍은 짐꾸러미들을 풀기 시작하더니 경계의 눈빛으로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도대체 뭘 준비했냐”는 질문에 “알 것 없다. 나중에 눈으로 확인하라”는 대답으로 긴장된 대화를 이어갔다. 평소엔 죽마고우처럼 사이좋던 개그맨들이 왜 이날 따라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를 풍긴 것일까? 코믹한 변장술로 상대를 웃기며 실력을 겨루는 신종 개그 배틀 ‘타짱’ 녹화장이었다.

로보캅 변신

                            이어 젖을 주는 가공할 장면을 선보인 윤성호

‘타짱’은 영화 ‘타짜’의 도박 대결을 본따 만든 새로운 개그 코너로 출연자 2명이 각자 준비한 소품으로 변장한 뒤 먼저 웃는 쪽이 패하는 게임이다. 테이블에는 얼굴을 향해 발사되는 분사기가 설치돼 있어 웃음을 터트리면 마요네즈와 생크림 등 갖가지 식재료가 튀어나오는 벌칙을 받는다. 방송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번지면서 ‘마빡이’를 능가할 ‘자학 개그’의 지존으로 올라섰다.

                                                닭으로 변신한 황기순

이날 녹화에서는 첫회부터 5회 연승의 영예를 안은 개그맨 양배추의 6회 연승 도전기가 펼쳐졌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변장술이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일찍부터 쓰레기 봉투와 삿갓. 중절모. 가면 등 갖가지 소품으로 정체를 숨겼다. 녹화장의 스태프들은 출연자들의 해괴망측한 복장에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정체가 공개될 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하나 둘씩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한 카메라맨은 “개그 프로그램 녹화만 10년을 넘게 하다보니 웬만한 개그에는 잘 웃지 않는다. 그런 우리가 녹화가 힘들어질 정도로 웃을 수 있다는 건 진짜 대박이다”라고 감탄했다.

                                        웃통벗은 남희석 엽기 기타연주

최고의 ‘타짱’ 양배추에게 별칭을 지어주며 스승 대접을 받고 있는 남희석이 특별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그는 “하회탈을 쓰고 태어난 타고난 ‘타짱’”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치열한 승부 앞에서는 관록도 소용없었다. 예선 2차전에서 윤성호의 로보캅 변신을 참지 못하고 생크림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비참하게’스튜디오에서 퇴장했다. 황기순까지 물리치며 결승전에 오른 윤성호는 여세를 몰아 민머리에 젖꼭지를 꽂고 어린아이에게 젖을 주고 희귀한 상투까지 붙이는 등 열연한 끝에 양배추까지 격퇴하고 새로운 ‘타짱’에 올랐다.

글·사진 | 김도훈기자 dica@